논제 : 양심적 병역 거부는 허용되어야 한다
긍정 측 입론과 질의 및 답변
본 절에서는 경희대학교 학생 김혜주 양과 김태영 군이 온라인으로 실시한 토론을 감상하고 평가해보겠습니다.
토론 논제는 “양심적 병역 거부는 허용되어야 한다”이며, 긍정 측 입론과 부정 측 질의 및 긍정 측 답변, 부정 측 입론과 긍정 측 질의 및 부정 측 답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양측 반박 순으로 진행됩니다. 입론이 갖춰야 될 요건에 대해서는 ‘토론 입론서 작성방법’에서 다뤘던 내용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논제인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서는 그간 각종 매체에서 이미 다루었던 내용이라 쟁점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 상황에서는 병역의무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긍정 측 : 김혜주 (경희대학교)
부정 측 : 김태영 (경희대학교)
긍정 측 입론 (김혜주) 지금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는 허용되어야 한다”에 대한 긍정 측 입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원활한 논의를 위해 용어 정의부터 내리겠습니다. 양심이란 법전에 나오는 헌법상의 신념의 자유를 말합니다. 또 병역 거부는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이며, 허용한다는 것은 양심을 위해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군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논제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찬성 입장을 표명하겠습니다. 첫째,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에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 당하지 않을 자유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의 양심은 개인의 신념을 뜻합니다. 또한 헌법 제10조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고, 헌법 제37조에는 법률에 의해서 기본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인권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가치에 따라 2005년 5월 21일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유엔인권위원회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체 복무제 시행을 요구해 왔습니다. 둘째,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한 군복무의 이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직접적인 집총병력자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대체 복무제의 이행 수준은 복무기관과 복무강도, 업무의 위험도에서 기존의 병역의무 수준에 비해 쉽지 않은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7년 국방부는 대체복무 대상 시설로서 소록도에 위치한 한샘병원, 마산의 결핵병원 그리고 서울의 9개의 국립 정신병원, 200개의 치매노인 전문 요양시설을 지정했습니다. 이들 시설은 대체로 24시간 근접 간호와 보호가 필요한 곳으로서 대체복무자들은 해당시설에서 합숙을 해야만 합니다. 또한 대체 복무 기간은 44개월로 지정하였는데, 이는 2009년도 기준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셋째, 오히려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보다 이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집총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아니 강제되는 유일한 안은 감옥에 가는 것뿐입니다. 이들은 감옥에서 젊은 날을 보내야 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만 3천여 명 그리고 현재도 7백에서 9백여 명에 이르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범법자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을 감옥에 가두었을 때 사회가 얻는 이익은 무엇입니까? 인권수준이 열악한 곳과 그리고 범죄자 낙인으로 인해 장기적 개인의 손실,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묵혀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복지시설, 의료시설 등 많은 비용을 통해 인력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복무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도 군대를 갔는데 누가 안 가냐는 군대가 앗아가는 개인의 시간의 차원을 넘어서서 이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이 문제를 바라보고 또 다뤄야만 합니다. 다원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인권이 보장된 사회,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회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입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긍정 측의 입론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전반적인 틀을 살펴봐야 합니다. 긍정 측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논제에 대한 배경이 필요함에도 배경 설명 없이 바로 용어 정의를 했습니다. 논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 등을 간략하게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은 병역의무에서 징집보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남성들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덧붙여 여성의 관심을 제고시킬 수도 있습니다.
용어 정의를 평가해보겠습니다. 용어 정의는 논제에 나오는 주요 용어를 정의하되 사전적 의미로만 정의하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심이란 ‘법전에 나오는 헌법상 신념의 자유’라고 정의했습니다. 또 병역 거부는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이며, 허용한다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만 따지면 ‘허락하고 용납하다’는 뜻입니다. 이 세 단어가 논제의 핵심이지만 개별적 단어의 조합만으로는 논제의 의미가 불분명합니다. 따라서 주요 용어를 정의해주는 것은 물론 이 같은 정의를 바탕으로 논제 전체가 의미하는 바를 재정의해줘야 합니다. 즉, 여기서는 ”양심을 위해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군복무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를 내리겠습니다“라고 재정의해줘야 합니다. 이처럼 논제를 재정의해주면 대체복무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불필요하게 범법자를 양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까지 내포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용어 정의는 논란이 되는 핵심단어를 잘 선별해서 재정의하는 것은 물론, 논제 전체가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정의해주어야 합니다.
다음은 개관제시입니다. 개관제시란 로드맵(road map), 즉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입말은 일회적이므로 듣는 사람이 이야기의 주제를 예측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긍정 측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논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개관제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는 세 가지 주장, 정확하게 말하면 단언을 제시해야 합니다. 즉, “첫째,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둘 째, 병역법에 의한 군복무 이행만이 국방의무는 아니라고 봅니다. 셋 째, 오히려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보다 이익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시하면 상대측에서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 헌법 제19조를 들어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 당하지 않을 자유가 명시돼 있으며, 양심은 개인의 신념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헌법 제10조를 들어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헌법조항은 가장 상위법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포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추상수준이 높으며, 다양한 해석도 가능합니다. 또 헌법 제37조를 들어 인권에 대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 실 예와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인권위원회의 입장을 언급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서두의 배경으로 제시했어도 좋았을 부분입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한 군복무의 이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 거부는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는 “군복무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체복무도 국방의무를 이행하는 것입니다”라는 식으로 의미를 분명하게 했다면 듣는 사람이 좀 더 쉽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대체복무제의 이행 수준은 직접적인 집총병력자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복무기관과 복무강도, 업무의 위험도에서 기존의 병역의무 수준에 상응하는 정도라고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한샘병원, 결핵병원, 정신병원 등의 시설에서는 근접간호와 합숙이 필요하고 복무 기간도 의무 복무기간의 2배에 달하는 44개월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세 번째 주장은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으로도 보다 이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병역을 거부할 경우 감옥에 가야하고 이 숫자가 지난 반세기 동안 약 1만 3천 명, 그리고 현재도 7백~9백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또 이들을 인권 수준이 열악한 곳에 파견할 수 있음에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이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묵혀두는 것으로, 개인도 손해지만 사회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료시설 및 복지시설 등에 많은 비용을 들여 인력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복무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옥에 가는 사람의 숫자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않았던 점이 아쉽습니다. 출처가 없는 자료는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복지시설 및 의료시설 등에 투입되는 비용과 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더라면 설득력이 더 있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장의 요약 및 강조입니다. 이 부분은 앞에서 나온 세 가지 주장을 짧게 요약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해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이성에 대한 호소에서 감정에 대한 호소로 바뀐 느낌이 듭니다. 즉, 정당한 권리에 의해 보장받아야 함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관용을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문제가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자는 의미가 있어 마무리 발언으로 다소 약했습니다.
이어서 부정 측 질문과 긍정 측 답변입니다.
부정 측 질의(김태영) 및 긍정 측 입론(김혜주) 부정 : 지금부터 질문을 몇 가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입론 잘 들었습니다. 긍정 : 감사합니다. 부정 : 사람들이 왜 군대를 안 가려고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긍정 : 그것은 자신의 시간이 그만큼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 : 시간이[을] 뺏기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당하는 것이 아닙니까? 긍정 : 시간이[을] 뺏기는 것은 국방의 의무로서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 : 그러면 개인과 신념과 양심이 공동체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에도 국방의 의무와 충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개인이 인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긍정 :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부정 : 네, 대표적으로 말씀 드리면,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병역비리라던지 군대를 기본적으로 가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발생되는 각종 병역사건 그런 범죄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죠. 긍정 : 네, 이 부분은 충분히 이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정 : 어떻게 막을 수 있죠? 긍정 : 해당 과정에서, 앞서 언급 해 드렸듯이 시간이라고 하는 부분이 사람들이 가장 손실로서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대체복무의 이행 수준을 상당한 부분으로 해놓는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 시간적인 부분에서 현역복무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습니까? 부정 : 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개인의 인권이 공동체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긍정 : 네,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정 : 네, 이상입니다.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
부정 측 질문과 긍정 측 답변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자면 ‘자신의 시간을 빼앗길 수도’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또 ‘공동체 이익과 충돌…’ 부분에서 부정 측의 질문이 불명확합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신념과 양심을 지킬 수 없어도 공동체 이익을 위해 군에 입대해야만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긍정 측의 답변은 이 같은 ‘질문 아닌 질문’에 대한 질문입니다. 소통과 상호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토론에서의 질문은 상대의 생각에 대한 질문이므로 상대의 말을 먼저 제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 질문인 “공동체를 떠난 개인의 인권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긍정 측이 “네”라는 단답을 하자 질문을 마쳤습니다. 시간이 다 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부정 측이 긍정 측의 질문에 대한 답을 예상하지 못하고 던진 질문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에서의 질문은 답을 예측할 수 없을 때는 안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복무기간 연장과 힘든 의료 서비스 등으로 군복무의 근무 강도를 대체하려는 노력은 긍정 측의 의도였기 때문에 부정 측에서는 총기사고와 천안함 사건 등을 예로 들어 위험도에 있어 긍정 측의 대체 방안으로는 환산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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