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주장
앞부분에 이어 주장 펴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장은 청중 또는 남이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입니다. 법정 토론, 사회적 토론, 정책적 토론 중에서 사실적 주장이 가장 중요한 경우가 법정 토론입니다. 물론 법정 토론에서 사실적 주장만 유효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토론의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적 주장(factual claims)은 어떤 것이 ‘사실이다’ 또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고 접하는 주장입니다. 사실적 주장에는 과학적 사실, 역사적 사실 등이 있습니다.
가치적 주장(value claims)은 어떤 대상에 대한 평가를 밝히는 것으로, 그것이 ‘좋다/바람직하다’ 또는 ‘나쁘다/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정책적 주장(policy claims)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옳은가 하는 행위와 실천의 당위성에 대한 주장으로 ‘~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어떠한 주장을 들었을 때 세 가지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파악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입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논증 과정에서는 긍정과 부정을 선택하게 되고 필연적으로 경쟁토론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펼친 주장에 대한 입증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합당한 증거나 증인을 동원하여 이것이 사실임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다는 것도 이에 포함되며 입증이 불명확할 경우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입증을 할 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던가 속담을 인용하는 등의 추정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토론에서는 구체적 자료와 같은 절적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입증을 통하여 주장을 하는 과정이 논증입니다. 입증은 말 그대로 증거를 제시하는데 국한되지만 논증은 전반적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구체적인 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이론이 스테판 토울민(S. Toulmin)이 제시한 논증의 3요소입니다. 토울민의 이론은 다양한 교과서에 실릴 만큼 활발히 인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울민의 논증이론은 사실적 부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정책토론이나 가치토론에서는 적용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정책토론에서는 ‘~해야만 한다’는 논제를 다루므로 논리 영역에서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즉 증명보다는 인간의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책적 주장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사실적 주장이긴 합니다. 가치토론에서도 역시 사실적 부분을 다룰 때는 적극 활용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적용하기 힘듭니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토울민이 제시한 여섯 가지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만 우선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grounds or data)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사실, 자료 등을 말합니다. 주장은 상대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자신의 의견(생각, 학설), 논증의 결론을 말합니다. 사실에서 주장으로 이동할 때는 일종의 다리가 필요하며 이를 논거라고 표현합니다. 영어로는 워런트(warrant)라고 표현합니다.
아울러 나머지 세 가지 요소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논거보강은 근거에 포함된 가정을 확인해주기 위한 추가적인 증빙 자료입니다. 유보조건은 예외조항을 염두에 두고 미리 밝혀두는 것입니다. 한정은 주장을 제시할 때의 강도를 나타냅니다. 특히 통계영역에서는 확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에서 주장으로 넘어갈 때 논거의 충실성에 따라 한정이 정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므로 확실하다는 한정을 쓸 수 있습니다.
『토론의 방법』(강태완 외, 2001)에 나온 예를 살펴보면 “해리는 버뮤다에서 태어났으므로 영국 사람이다”를 들고 있는데 이 같은 논증은 사실 영역에서는 유용합니다. 단 여기서는 유보조건이 있습니다. 양쪽 부모가 외국인이거나 해리 자신이 미국으로 귀화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에서는 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의 영역에서는 토울민의 논증 체계를 알고 있는 것이 설득적 주장에 타탕성을 부여해 줍니다.
여기서는 실제로 일상에서 활용하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주장에는 사실적 주장, 가치적 주장, 및 정책적 주장이 있는데 우선 사실적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실적 주장은 가치적 주장이나 정책적 주장에 비해 사실적 논증이 필요하므로 활용이 잘 안되며 주장보다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엄격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돈다”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다”, “전용차선은 교통체증을 완화시켰다”는 주장도 사실적 주장입니다.
역사적인 사실도 사실적 주장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이다”는 대다수 국민들은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일본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쳐 참/거짓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사실적 주장에 속합니다.
법률적 판단 역시 철저하게 사실에 기반한 것이므로 사실적 주장입니다. 그렇지만 아카데미 토론에서는 사실적 주장이 주가 되면 딱딱한 토론이 됩니다.
다음으로 사실에 관한 논제에 대해 주장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한류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라는 논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서는 이 논제를 펼쳐나갔을 때 어떠한 절차로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논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입니다. 앞의 예를 보면 한류열풍과 거세진다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만 이렇게 상식적인 선에서만 놓고 토론을 하면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류열풍에 대해 서로 의미하는 바, 영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측은 이를 명확하게 정한 후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거세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 다음으로 ‘거세질 것이다’라는 예측을 무엇으로 결정할 것이냐 입니다.
한류열풍을 정의하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불고 있는 한국문화 선호 현상을 말합니다. 또 거세진다는 말은 더욱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 될 것임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의를 내릴 때는 권위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로 구분되는데 말 그대로 권위적 정의는 권위 있는 자의 말을 빌리는 것이며, 조작적 정의는 측정 가능한 수치를 말합니다.
두 번째로는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이냐는 기준을 정하는 것입니다. 한류열풍의 경우 동남아 각국의 주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한류열풍을 반영하며, 한류는 대중문화 현상이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대중문화 전달 매체인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은 적절한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부정 측은 나름의 반박적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기준입니다. 각 국에서의 한국 드라마 시청률을 토대로 주장하게 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앞선 내용을 정리하면 주장에는 사실적 주장, 가치적 주장, 정책적 주장 등이 있으며 토론은 법정 토론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논증구조가 법률적 토론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토울민의 논증구조에 대해 알아봤으며 마지막으로 사실적 주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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