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이란 무엇인가
토론과 논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먼저 논증에 대해 살펴보고 이어 논증과 토론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실제 토론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형식적 논리학에서 말하는 논리가 아닌 실용적인 논리, 주장, 및 논리적 근거 등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근거와 증거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만 좀 더 엄밀한 의미로 이것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먼저 논증을 살펴보기 전에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인간은 합리성을 바탕으로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두뇌가 이성적으로 고도의 사리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지구상에서 종의 지배자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합리적 생각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익히 알려진 사실대로 인간 사고의 깊이나 문제를 푸는 능력은 여러 과학적 검증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성공적인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부터 날씨에 대한 대비, 음식의 구분 등 경험에 입각한 미래 예측 능력이 생기면서 논리적 역량이 키워졌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도 역시 합리적인 생각 중의 하나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와 같은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 경험을 통한 미래 예측 능력은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입니다. 일상에서도 상식에 의해 말을 하고, 경험에 의해 말을 하고, 종교와 같은 신념, 과학적 지식 등을 통해 사고를 펼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근거를 통해 사고를 하고, 말을 한다고 결론이 반드시 참이 될 수 없습니다. 엄격한 과학적 검증과정을 통한 사실도 참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형식논리학이 개별 진술문의 참/거짓을 가려낼 수는 없습니다. 형식논리학은 범주적 삼단논법과 같은 형식에 입각해서는 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개별적 진술에는 적용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과 같은 논증의 과정을 통해 보다 정교한 논리 개발이 가능하게 되는데 이러한 점만을 봐도 논리 역시 진화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론은 하나의 이슈를 두고 긍정과 부정의 주장들이 교환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논증의 교환 및 검증과정이 이뤄지는 토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논증은 의견이나 주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근거(또는 이유)를 들어 밝히는 일, 또는 그 근거나 이유입니다. 의견이나 주장은 참과 거짓, 선택의 여지, 수용의 정도를 표현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근거는 논증과 단순한 주장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근거는 토론에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토론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법정토론(forensic)은 과거의 행위에 대한 사실 유무를 가립니다. 이미 앞에서 살펴본 내용입니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토론(epideictic)이며 이는 현재의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관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를 따집니다. 안락사, 핵 발전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물론 이러한 가치가 정치적 토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가치는 결국 이념 추구와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정책적 토론(deliberative)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의 시행 여부를 따집니다. 이는 가치를 구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해군기지 이전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논증 펴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논제(propositions)란 논증에서 주창자가 지지하고자 하는 선언적 진술문을 말합니다. 하나의 논제를 지지하기 위해 여러 개의 주장이 사용되는데 주장(claims)은 논제를 지지하기 위해 개발된 하부주장(subordinate claims)으로 필수쟁점은 논제를 지지하는 주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긍정 측 입장, 즉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 되어야 한다”와 같은 논제를 지지하기 위한 하부 주장들이 존재합니다. 구체적으로 1)헌법적 권리이다, 2)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3)전과자를 줄일 수 있다와 같은 세 개의 주장이 하부주장이 됩니다.
논제와 주장은 추론이나 증거 혹은 둘 다에 의해 지지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토론에서는 단언이 없어야 합니다. 단언은 지지가 없는 주장이며, 동어반복을 통해 근거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근거가 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실제 토론에서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주장을 충분하게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언은 주장을 약화시키므로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논증을 펴게 됩니다. 먼저 긍정 측에서 시작을 하며 긍정 측은 증명의 부담을 안습니다. 즉, 논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그 논제에 대한 증명의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비판적 사고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증거와 추론을 제공할 의무를 말합니다. 형사법정과 같은 경우 검사는 유죄임을 증명해야 하고 증명하지 못했을 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의해 무죄가 됩니다. 바로 이것이 추정의 이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풀어 말하면 논제를 수용해야 할 충분한 증거와 추론이 제공되지 않는 한 논제는 수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긍정 측의 첫 주장은 반증이 없는 한 논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른바 성립된 사건(at first face)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 대신 부정 측에서는 반증의 부담을 안게 됩니다. 토론이 시작된 후는 특정한 주장을 제기한 사람이 그 주장을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Debate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는 논제를 주창한 사람이 패배하게 되는데 추정의 이익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백한 살인사건도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유죄 성립이 안 되는 경우가 그 예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간은 합리적 동물로서 이성을 키워왔습니다. 이성의 발전 역시 뇌의 진화라고 볼 수 있는데 여러 경험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적절히 행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논증을 통해 보다 정교한 주장을 펼치고 논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상호 협력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도서 <논증과 토론(출판: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논증과 토론 도서에서 발췌한 것으로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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