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피치와 경청
이번 절에서는 효과적인 스피치를 위한 메시지 구성전략 중 대중스피치에서의 경청(傾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수사학적 소통과정은 인코딩과 디코딩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코딩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뜻을 상징화, 또는 부호화해서 전달하는 것을 말하고 디코딩은 그것을 듣는 사람이 해독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디코딩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listening입니다. 우리말로는 듣기, 또는 경청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리스닝(listening)과 히어링(hearing)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스닝을 히어링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영어에서도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리스닝은 우리말로는 ‘듣기’로 표현하고 히어링은 ‘들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듣기는 능동적이며 주의 깊은 행위입니다. 이에 반해 들림은 수동적이고 훈련이 필요 없는 신체적 기능을 말합니다. 입니다. 즉, 듣기는 해석의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결과로서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처럼 듣기는 매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시종일관 듣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듣기는 의도적이고 의식적이기 때문에 산만한 부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리스닝, 즉 경청이 강조되는 이유는 <소통과 스피치> 또는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수업의 경우 보통 자신이 앞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청중으로서 보내게 되는데 그 시간만큼은 경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과정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청자들의 협조와 윤리의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청자로서의 윤리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6∼7분짜리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스스로 공부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경청을 통해 다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울 수 있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인코딩 과정에서 메시지 준비 등은 철저하게 잘 다루고 있는데 반해서 경청 부분은 크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경청은 따로 훈련이 필요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크로스키(2006)는 경청도 훈련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합니다. 웬만한 대기업에서는 경청 훈련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체에 의뢰를 해서 경청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소통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에 몇몇 외국교과서에서 언급은 했지만 비중 있게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경청은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남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잘 정리해서 새로운 이야기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 인 것은 두 배로 들으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경청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듣기를 통해 꾸준히 해석하는 법을 훈련 받아왔기에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경청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경청이 대중스피치, 수사학적 소통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고 일상의 소통과정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업상으로 듣기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로서 경호원들은 이어폰으로 모든 정보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듣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자가 실제로 수업시간에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면 교통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사고 설명을 할 때 일반인은 정보를 누락시키거나 왜곡시키는 반면 경호업무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사람은 한 번 들은 것을 잘 기억해서 최대 80% 이상 회상해내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경청능력도 직업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도 개인에 따라 경청력에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요즘 어떤 강의는 동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놓친 부분을 다시 들을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역시 잘 듣고 필기를 잘 하는 학생이 대체로 성적이 좋습니다.
모든 것이 듣기 능력으로만 끝나지는 않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잘 기억하고 회상해내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메모기술입니다. 듣기 과정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잡음 때문에 잘못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음상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오해도 생깁니다. 자신은 들었다고 생각 하는데 앞뒤가 바뀌었거나 잘못 들어서 오해한다거나 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듣기의 결과가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습관에 따라서 결정이 됩니다. 무조건 물리적으로 조용하기만 하면 잡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듣기는 근본적으로 선택적 듣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수업을 듣는 것도 선택적 듣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참여를 결정하는 것도 선택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선택적 주의가 있습니다. 모든 전 과정을 들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내용에 신경을 쓰기도하고 청중을 보기도하기 때문에 동시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볼 수 없습니다.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모든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듣기 과정에서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고집이 있고 기존에 자신이 해왔던 방식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는 것만을 보고 듣게 됩니다. 이런 것이 선택적 파악입니다.
통제하기 어렵지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다양한 형태의 잡음입니다. 잡음은 디코딩 과정에서도 개입이 됩니다. 심리적 잡음, 특히 듣는 청자의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거나 근심, 걱정이 있다면 이야기 하는 사람의 내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선택적 파악에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또 개인적인 편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구를 선호한다거나 혹은 가치관 등에 의해서 선택적 파악이 작동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부분은 간과하거나 좋아하는 부분만을 눈여겨보는 편견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생리적 잡음도 있습니다. 배고프다거나 피곤하다거나 할 때는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또한 신체적 잡음도 있습니다. 귀에 염증이 있다거나 하면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semantic noise입니다. 의미상의 잡음을 말하는데 그 단어에 대한 듣는 사람의 이해 자체가 잘못되어 발생할 수 있고, 인코딩 하는 사람의 의도가 잘못 전달이 되어 원래 전달하려 했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로 해석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선택적 기억입니다. 기억한다고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자신이 오래 간직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에 남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음으로는 듣기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정보과부하입니다. 모든 내용을 다 들으려 하다 보면 놓치게 됩니다. 듣는 모든 것을 전부 문자화하려고 하거나 기억하려고 하면 정보가과부하가 되어 다음 문장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핵심단어 중심으로 기억을 해서 듣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전달자가 너무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려 했을 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택적 기억을 하기 어렵습니다.
다음으로 생리학적으로나 이론적으로도 중요한 부분은 정보 처리상의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연사는 분당 120~15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에 2배가 넘는 거의 3배에 가까운 400~500개 단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듣는 것과 이해하는 것에 시간 차이가 없다면 문제없지만 듣고 빨리 이해한 뒤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것을 어떻게 잘 통제하느냐에 따라서 경청 능력이 결정됩니다. 듣고 남는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뒤에 나오는 메시지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에 잘 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방해가 되는 것은 듣는 척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하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은 교수를 보고 있지만 듣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사는 이해한 것으로 보고 메시지를 반복하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게 됩니다.
불필요한 말인 “어,” “저,” “그” 와 같은 말도 경청에 방해가 됩니다. 군말을 하나도 하지 않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1분에 한번 이상을 하게 되면 많이 하는 것이고 교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잡음이므로 귀에 거슬리게 되고 신경을 쓰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경청자가 될 수 있을까요? 인코딩 과정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소통의 윤리, 소통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서도 훌륭한 청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소통의 원칙입니다. 효과적인 청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듣기가 대단히 능동적인 학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듣기 학습으로 파악을 해야 합니다. 다음은 메모기술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들으면서 해석하려고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과부하가 걸려서 기억하는 내용이 적어집니다. 핵심 단어 중심으로 요약하는 메모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다음은 연사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정보처리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 여러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런 부분입니다. 연사의 목적을 파악한다거나, 스피치의 메인 포인트가 무엇인가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음 순서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그 흐름을 쫓아가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듣기에서 다른 주제와 연관을 지어서 생각을 확장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좁혀서 듣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주장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효과적인 경청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미국의 대중 스피치 교과서에서도 들을 청(聽) 자를 인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들을 청자를 분석해보면 귀 이(耳),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커다란 귀와 열 개의 눈을 가지고, 하나의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뜻으로서 귀, 눈, 그리고 마음이 삼위일체가 되어 듣는 것이 곧 경청이며 이는 곧 총체적 듣기(total listening)를 말합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동시에 구현해야만 경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청은 어렵고 능동적이면서도 주의 깊은 행동입니다. 따라서 경청은 결코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소통과 스피치>에서 발췌한 것으로 위 내용(전체 혹은 부분을)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과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 ON소통 스피치 > ⊙ 소통과스피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거와 보장의 개발 (0) | 2020.09.28 |
---|---|
토우피와 주장 (0) | 2020.07.09 |
청중 및 주제문 (0) | 2020.05.10 |
스피치의 핵심 요소 (1) | 2020.05.02 |
대중 스피치와 윤리 (0) | 2020.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