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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와 보장의 개발

by onsotong 2020. 9. 28.

근거와 보장의 개발

앞 절에 이어 스테판 툴민의 논증구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 절에서는 먼저 논증의 3요소인 주장(argument), 근거(data), 및 보장(warrant)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요소와 함께 뒤에 제한 조건이 붙습니다. , 주장이 결국 어느 정도의 확률과 확신성을 갖느냐 하는 한정, 추가적인 자료를 제시해서 보장을 한 번 더 강조하는 보강(reinforcement), 그리고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반증이 있습니다.

사실적 주장을 할 때는 툴민의 틀이 적절한 논증구조입니다. 임태섭(2003) 교수의 책에도 나와 있지만 예를 들어 제품 A가 가장 좋은 제품이다라고 한다면 제품 AB보다 8,000원 더 싸다는 증거 제시가 보강입니다. 또 가장 좋은 제품이라는 주장이 너무 강력할 때 좋다고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강도를 낮추는 것이 한정입니다. 반증은 외제품과 비교한다면 몰라도라는 예외를 제시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해서 여섯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근거나 보장으로 사용 될 수 있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거와 보장을 먼저 개발해야 하는데 우선 근거와 보장의 자료로 쓰이는 것이 증거입니다. 증거라고 하면 법정을 생각하는데 꼭 법정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불거진 설도 구체적 증거가 없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법정의 경우 증거가 결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증거 법정주의이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할 경우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무죄를 내릴 수밖에 없는 증거 제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심증만으로는 사형과 같은 극단적 형벌을 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증거입니다.

증거의 첫 번째는 사실입니다. 사실이라는 말도 겉으로는 명백해 보이지만 어디까지 사실인가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또 다른 증거를 필요로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품 X가 가장 저렴하다는 사실입니까? 여러분들이 실제로 다른 제품과 가격비교를 해보지 않는 한 사실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증거를 확보했을 때는 사실이 됩니다.

증거로 예도 많이 듭니다. 앞서 원전 폐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습니다. “왜 원전을 폐기하는가?”를 주장할 때 독일의 예는 하나의 보장이 됩니다. 독일의 예는 증거가 되므로 그 증거를 활용해서 결국 주장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또 통계도 증거로 활용됩니다. 임태섭(2003, 127)교수가 제시한 방송언어 오염 문제를 예로 들면 전문MC 13.7% , 개그맨의 55.1% 가 문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통해 방송 언어 오염의 가장 큰 책임은 개그맨들에게 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여러분들도 이러한 통계자료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면 크게 이의를 달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언어의 오염 책임을 무조건 개그맨들에게 돌리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는 주장입니다.

또 법정에서의 증언도 증거 역할을 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증거가 따라와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실이자 통계이고 증언인 경우가 있습니다. 한 예로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부들의 80%가 제품 X를 선호한다가 그러한 경우입니다(임태섭, 2003). 바로 이러한 힘 때문에 설문이나 여론조사가 설득의 근거로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증거를 사용할 때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증거와 관련돼서는 출처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학술적 공동체로 넘어오면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명시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표절이 대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왜곡도 있습니다. 임태섭(2003, 128~133)) 교수는 바로 그런 것들을 피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1) 청중이 믿을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증거를 구해야 합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정보원은 신문이나 위키피디아(Wikiphidia) 같은 백과사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자료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신력이 높은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라면 어느 정도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증거를 제시할 때는 정보원을 밝혀야 합니다. 증거를 제시할 때 정보원을 밝히지 않을 경우 증거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3) 예시와 통계는 대표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통계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책<통계라는 이름의 거짓말>(Joel Best, 2001/2003)도 출간된 바 있습니다. 또한 통계를 제시할 때 대표성 없는 통계를 대표성 있는 척 제시한다면 이는 증거가 되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윤리에도 어긋납니다.

4) 만약 반례가 있다면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라면 모르겠지만과 같은 경우입니다. 먼저 예외의 경우를 밝혀두는 것이며 이렇게 제시해도 청중의 설득력이나 신뢰성에서 결코 문제가 없습니다. 양면(two-sided) 메시지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 만약 원전 추가건설 불가에 대해 설득 스피치를 한다고 하면 일부에서는 원전 추가건설을 찬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상대 측 주장을 먼저 소개하는 것입니다. 뒤 이어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결국 원전 추가건설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충분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효과적인 설득적 스피치가 될 수 있습니다.

5) 예시는 토를 달면서 도입해야 합니다. , ‘대표적인 예는…….’ 식으로 예외에 대한 평가를 해주어야 합니다.

6) 청중의 경험을 이용해야 합니다. 지난 선거를 보면 야당에서 주로 거론했던 부분이 지난 정부의 실적이나 정책이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지난 5년간 청중들의 삶을 회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7) 통계는 최근 것 일수록 좋습니다. 10, 20년 전 통계자료를 증거로 제시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8) 통계는 비교를 통해 그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 통계의 속성상 상대적 의미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미를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근거와 보강으로 증거뿐만 아니라 가치관도 사용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관은 한 사회, 한 개인이 갖는 삼라만상에 대한 평가의 근본적인 견해입니다. 이데올로기도 하나의 가치관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자유, 평등, 생명, 정의, 평화, 사랑 등도 개인의 가치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낙태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낙태라고 하는 단어부터 비윤리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느낌을 가지는 것이 가치관입니다. 따라서 법으로 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낙태와 관련해 낙태 합법화(pro-choice) 주장을 보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여성에게 권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허용 되어야 한다에서 양심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지만 자의적인 부분이 있다는 입장도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장(warrant)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장은 근거에서 주장으로 가는 이동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품질 보증서를 말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만 판사의 영장이란 의미로 사용할 때는 가택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보장이고, 품질보증서를 의미할 때는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환불해 주는 보장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보장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원칙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원칙(principle)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작용하고 있는 법칙, 규칙 그리고 이치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중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이 이에 속합니다. 결국 인간이 이러한 원칙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적용받는 일반적 원칙이라는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소크라테스의 삼단논법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보장은 모든 사람은 죽는다고 하는 일반원칙입니다. 물론 스피치에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다 적용되는 원칙만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로 일반화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또 선거를 예로 들면 야당은 정권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현실정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 정부는 경제, 무역, 교육, 치안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근거를 제시한다면 ○○○ 정부는 실패한 정부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게 되는데 여기서 보장은 문제가 많은 정부는 실패한 정부다라는 일반적 인식입니다.

세 번째로 인과 관계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가령 폐암에 걸리고 싶지 않으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보장은 흡연은 폐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 사실입니다.

네 번째로 징후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두 대상이나 개념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보장으로 사용하는 논증입니다. 한 가지 유념할 부분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인과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잘 살펴보면 상관관계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통상 엄격한 실험실 연구를 선호하는 것도 가외 변인을 통제하기 위함입니다. 폐암 연구도 잘 살펴보면 폐암과 흡연은 완벽한 인과관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를 완벽한 인과관계로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흡연을 계속해서 하고 다른 조건들을 모두 통제한 가운데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를 증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를 조사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물론 일반적 상식으로 폐암과 흡연의 관계는 이미 근거가 있는 과학적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유추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과거의 어떤 상황과 현재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 관계를 보장으로 내세우는 논증입니다. 예를 들어 원전 추가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경우라면 독일에서 선례가 있었다는 유사성 있는 사실을 가져와 한국에 적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 권위에 의한 논증입니다(임태섭, 2003). 정보원의 권위나 공신력을 보장으로 사용하는 논증으로서 엄격한 과학적 연구에서 발표되는 학술지 등의 내용을 인용하여 논증하는 것도 여기에 속 합니다. 한 예로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담배는 폐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를 제시하는데 여기서 보장은 과학적 연구는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설득 스피치를 위해 준비할 것은 우선 나의 설득적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그런 분명한 주제문 다음으로 다양한 요소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살피는 수사학적 상황뿐만 아니라 스피치의 순서도 따져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동질적 인식과 가치관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동료들을 대상으로 설득적 스피치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논증의 구조를 잘 활용해서 적절한 근거나 보장을 활용하면 좋은 설득 스피치를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설득이란 내용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비언어적인 요소도 포함되어야만 보다 호소력이 짙은 연설이 됩니다. 이제까지 배운 이론들이 실전에서 얼마나 적용되고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 본 내용은 <소통과 스피치>에서 발췌한 것으로 위 내용(전체 혹은 부분을)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것과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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