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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피와 주장

by 솔토지빈 2020. 7. 9.

토우피와 주장

 

앞 절에서는 설득 스피치의 주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인 주제문 선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히 과제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다니는 회사 CEO의 스피치를 준비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배운 기본원칙을 잘 익혀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도 혁신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강조했습니다. 앞서 시간에서 말씀드린 스피치의 다섯 가지 기준에서도 가장 먼저 주제 고안(invention)이 중요합니다. 주제 고안이 이뤄져야만 그 다음 순서인 배열, 스타일, 전달 및 암기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스피치 관련 이론서에도 많이 나와 있고 또 지난 15년간 지도경험을 회상해보면 일단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바로 요즘 말하는 스토리텔링, 즉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단추라고 볼 수 있는 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이 바로 주요 아이디어 개발입니다.

이제부터 주요 아이디어 개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이야깃거리를 생각할 때 골격을 형성하는 주요 아이디어들의 집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가리켜 토우피(topoi)라고 했습니다(임태섭, 2003). 장소(place)의 어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또 나중에는 토픽이라는 말로도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소위 생각의 단위들이 모여 있는 장소, 뇌 안에 그러한 장소가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아이디어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토우피에는 일반 토우피와 특수 토우피가 있습니다(임태섭, 2003). 일반 토우피는 아주 일반적인 틀을 말합니다. 주제를 잡았을 때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해서 전개할 것이냐와 같은 이야기 틀에 관한 것이 일반 토우피입니다. 그래서 일반 토우피라고 하면 어떠한 주제든지 그 틀에 집어넣어 구성하다 보면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반적 골격을 말합니다.

특수 토우피는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한 부분입니다(임태섭, 2003). 보통 원칙보다는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특정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다음 그것들을 유사한 것으로 묶으면 그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것들을 잘 구성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일반 토우피 중 먼저 육하원칙을 살펴보겠습니다(임태섭, 2003). 5W 1H라고 흔히 표현하는데 언론분야에서 기사 작성을 하는 데 주로 쓰이는 구성입니다. 우리가 신문기사를 보더라도 이 기준에 의해 작성된 내용을 보면 대략적인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육하원칙도 훌륭한 이야기 전개의 틀이 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살펴보아도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부분은 이 안에 다 담겨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안 제시 토우피입니다(임태섭, 2003). 누군가 A라는 안을 냈을 때 또 다른 안을 제시했다면 대안(代案)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 임태섭(2003) 교수가 표현한 대안(對案)은 플랜(plan)이라는 의미로 썼습니다.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 토우피로 이해하면 됩니다. 정보전달 스피치에서 뿐만 아니라 이익을 위한 회사든,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든 어떠한 경우에서도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한다면 반드시 답해야 되는 내용으로 짜여있습니다. 즉 문제, 심각성, 고질적임(inherence), 해결책, 해결력(solvency), 실현가능성, 부작용, 및 대안(counterplan)이 포함되는 토우피는 단순히 스피치의 토우피로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틀로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직장에서 해결책 토우피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고 확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득 스피치나 정책스피치를 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안 제시 토우피는 정책토론에서도 반드시 다루어야 할 이슈입니다.

플랜 제시 토우피를 요즘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추가건설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추가건설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라고 가정한다면 중단이나 폐기라는 방향으로 논제가 설정되어야 만 논란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문제를 제시합니다. 원전문제는 가능성과 관련시킬 수 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건에서 보듯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음을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다음은 문제의 심각성입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험성을 제시하면 됩니다. 방사능이 한 번 유출되면 다시 정화되는데 50년 이상이 소요되고 그것도 완벽한 정화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고질적인 면입니다. 어떤 문제가 일시적일 수도 있습니다. 원전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난다고 완화되거나 해결될 수 없고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피력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해결책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원전을 하루아침에 중단하면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기므로 단계적으로 원전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해서 추가건설을 막는 것입니다. 또 독일의 선례를 들어 체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새로운 전력 공급원을 마련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해결책이 나왔을 때 이것이 근본적으로 원전폐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 해결력입니다. 그 다음은 실현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실현 불가능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선례가 대단히 중요하므로 독일의 원전 감소 정책을 제시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선례를 제시할 때는 유사점이 있어야 합니다.

부작용은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부족 문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대안(counterplan)은 사실 토론에서 적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반대 측에서 전력공급 등을 이유로 들어 그러한 해결책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한다면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당분간 수력과 병행하는 안을 낸다거나 제3의 발전연료를 제시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대안입니다.

사실 짧은 5분 스피치에서 일곱 가지를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요한 부분을 선별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따라서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토우피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전달해야만 나름대로 완성도가 높은 스피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윌슨 아놀드의 토우피를 보면 속성 토우피와 관계 토우피가 있습니다(임태섭, 2003). 먼저 속성 토우피는 주제 고안 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존재/비존재, 정도/, 공간, 시간, 움직임/행동 등이 있습니다. 다루고 싶은 대상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관계 토우피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인과, 상관, 종속, 유사/대조, 가능/불가능 등이 있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한 속성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관계에 대한 토우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특수 토우피를 살펴보겠습니다(임태섭, 2003). 임태섭(2003) 교수의 책에는 음주운전과 관련된 토우피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다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개념 목록을 작성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범주화가 있듯이 나름대로 묶이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압축적으로 써놓은 것이 범주화 부분이고, 그 다음 5분 스피치에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을 고르는 취사선택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여기까지가 주요 아이디어 개발입니다.

이제 세부 내용 개발을 살펴보겠습니다. 설득 스피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장의 입증과 논증의 개발입니다(임태섭, 2003). 설득할 때는 내가 설득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상대가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핵심적인 주장(claim)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주장이 옳다고 하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입증(support)이라고 합니다. 또 이 주장과 입증과정 전체를 보여주는 것을 논증(argumentation)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설득적 스피치는 이러한 주장들이 입증과정을 거쳐 결국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럼 주장, 입증, 논증을 분석적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주장은 남이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입니다.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이 됩니다.

1) 사실적 주장(factual claims) : 어떤 것이 사실이다또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제시하는 주장을 말합니다. 법정에서의 공방을 생각해 보면 사실과 사실이 아님을 두고 서로 다툽니다. 이 과정에서 증거테이프, 녹취록, 동의서, 확약서 등의 증거를 동원해 어떠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적 주장입니다.

2) 가치적 주장(value claims) : 가치적 주장과 정책적 주장은 사실적 주장과 달리 물리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드는 경우도 있지만 법정에서 요구하는 사실적 주장과는 다릅니다.

때로는 사실적 주장과 달리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물리적인 증거를 대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예로서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주장한다면 설득 스피치에서는 왜 바람직하지 않은지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단순히 주장만 있는 것은 결코 논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3) 정책적 주장(policy claims) : 정책적 주장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설득 스피치를 할 때 가령 반값 등록금 운동에 동참 합시다라고 한다면 왜 반값등록금 운동에 참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근거로 제시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입증은 합당한 증거 제시나 증인을 통하여 이것이 사실임을 지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법정에서의 유죄 입증이나 수사기관에서의 입증과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와 같은 표현이나 속담은 위트 있는 이야기는 될 수 있지만 입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논증은 입증을 통하여 주장을 하는 과정으로서 증거만 제시하는 것은 자료, 주장만 제시하는 것은 단언입니다.

논증과정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스테판 툴민(S. Toulmin)(강태완 외, 2001)이 제시한 논증의 여섯 가지 요소입니다. 먼저 논증의 세 요소인 주장, 근거, 그리고 보장입니다. 주장은 상대가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자신의 의견, 즉 결론입니다. 또 근거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사실, 자료 등을 말합니다. 보장은 근거에서 부터 주장으로 갈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보강, 한정 및 반증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주장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주장들은 논증과정에서 어떠한 특징을 보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실적 주장은 엄격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흔히 의학적 연구, 물리학적 연구 등은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들이 수행을 하는데 이는 엄격히 통제된 실험실 내에서 수행되어야만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엄격한 과학적 검증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전용차선제의 경우 시간과 특정 지점을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검증이 가능합니다.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돈다는 주장은 과학적 참으로 밝혀서 사실이 되었습니다. 또 역사적 증거도 이에 속합니다. 사실적 주장은 지나치게 전문가적일 수 있고 딱딱하기 때문에 설득 스피치의 주제로 삼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가치적 주장은 가치를 판단할 사실적 기준제시가 필요합니다. “국가보안법은 비민주적이다”, “안락사는 비인간적이다등의 문제가 이에 속합니다. 끝 부분인 서술어에 가치판단적 요소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책적 주장은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해야만 한다라고 결론을 짓는 경우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국가보안법, 인터넷 셧다운제, 혹은 사형제도, 또는 대한민국 헌법 개정 등이 정책적 주장이 됩니다. 저자가 너무 큰 것만을 제시했지만 가치적 주장과 정책적 주장은 대학생 문제나 학내 문제로 국한시켜도 설득 스피치 조건으로는 충분합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있는 신념을 기준으로 잡아도 좋습니다. 우선 가치적, 정책적 주장을 형성하고 그것을 하나의 핵심문장으로 삼은 다음 그에 대한 지지를 소주제로 삼아 그것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기본적인 설득 스피치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설득을 위해서는 설득의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설득하고자 하는 나의 주장, 가치관이 분명해야 합니다. 이러한 주제의식이 분명히 드러나야만 효과적인 스피치를 할 수 있습니다.

저자: 허경호(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온소통 대표) | 허경호 (2012). <소통과 스피치>, 서울: 온소통.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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