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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과 의사소통 능력

by onsotong 2020. 4. 2.

면접과 의사소통 능력

허경호(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의사소통 기법에 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으면 서두에 수강자들에게 물어 본다. 자신이 조그만 벤쳐회사의 CEO이면서 신입사원을 선발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시 할 것인지를 말이다. 사람들은 흔히 정직성, 인성, 성실성, 전문성, 친화력, 업무 추진력, 기획력, 판단력, 표현력, 재치, 위기 대처능력, 창의력, 가치관, 영어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 등과 같은 것을 꼽는다. 한 사람의 채용여부가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가 작은 회사인 경우 이같은 다양한 선발 기준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CEO 나름대로의 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어느 것을 가장 중요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고민 없이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같은 요소들을 측정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머리를 긁기가 일쑤다. 특히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평가를 마쳐야 하는 면접의 경우 흔히 질문과 관찰을 통해 응시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나는 이쯤에서 우스갯소리로 사람의 머리에 갖다대기만 하면 앞서 말한 전문성, 기획력, 창의력, 대인관계 등이 점수화되어 액정판에 나타나는 마술 돋보기이야기를 꺼낸다. 이런 기계를 개발한다면 분명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고... 그렇다. 인간을 평가하기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그리하여 수상불여관상(手相不如觀相)이요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데 손금이 관상만 못하고 관상이 심상만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심상을 본단 말인가? 나도 학생면접에 가봤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하루 종일 면접을 해도 알 수 없을 것 같은 학생의 인성, 심성, 전공 적합도, 장래 발전가능성 등을 10분 안에 평가하는 일이다. 내가 무슨 유명한 역술인도 아니고...

그럼 면접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나는 보이는 것만을 보자고 주장한다. 즉 응시자의 의사소통 능력만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사실 면접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응시자의 의사소통 능력 자체임에도 이를 통하여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유추하는 과정에서 온갖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은 면접관이 질문을 하고 응시자가 대답을 하는 비교적 단순한 절차로 확인이 가능한 능력이다. 즉 응시자가 면접관이 던지는 질문의 요지를 잘 알아듣고 제대로 답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사소통 능력은 취업의 첫 번째 기준이 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도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상대의 질문을 이해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갈고 닦아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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